'양성애자' 女아이돌 "커밍아웃 후 소속사 계약도 포기"
2023.02.22 05:13:41

[OSEN=김나연 기자] '진격의 언니들'에 걸그룹 최초로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멤버가 출연했다.

21일 방송된 채널S '진격의 언니들'에서는 그룹 와썹 출신 지애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지애는 "이제는 평범하게 살고싶은 지애라고 한다"고 자신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호영은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들어봐야될것 같다. 어떤 고민 커트해드릴까요?"라고 물었고, 지애는 "저는 여자와 남자를 모두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 MC들을 놀라게 했다.

지애는 "혹시 와썹이라고 트월킹 하는 걸그룹 아시냐"고 물었고, 박미선은 "'언프리티 랩스타' 나다 아니냐"고 말했다. 지애는 "맞다. 그 그룹에서 활동했다. 트월킹 그룹으로 활동하다가 SNS로 커밍아웃을 했다. 그래서 그런 것들때문에 기사가 엄청 많이 났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박미선은 "걸그룹 중에서는 양성애자라고 처음 밝힌거냐"고 물었고, 지애는 "그렇게 됐다"고 털어놨다. 장영란은 "그걸 밝힌 이유가 있냐"고 궁금해 했고, 지애는 "25살때 남자를 여러번 만났는데 3개월 이상 못가고 마음이 뭔가 채워지지 않고 이게 사랑이 맞나, 아닌가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면 나는 사랑을 못하는 사람인가?'라고 생각했을때 '꼭 남자를 만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여자를 만나보자' 싶어서 여자를 만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첫 애인을 만난지 얼마 안돼서 퀴어 영화가 보고싶더라. 그래서 퀴어 영화를 검색했는데 댓글에 너무 안좋은 말들이 많아서 '왜 여자는 꼭 남자만 좋아해야하고, 남자는 여자를 좋아해야 할까' 싶어서 홧김에 올린거였다"며 "술은 안했다. 갑자기 스쳐지나가면서 '여자가 여자 만나면 안되나?' 싶었다. 뭐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다. 뭐가 씌인것처럼 홧김에 한거다. 그게 기사화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미선은 "그때 반응은 어땠냐. DM 많이 받았냐"고 물었고, 지애는 "너무 많이 받았다. 거의 하루에 3천개 받을 정도였다. 나라가 망해간다는 말도 있었고 성적인 드립과 욕이 많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장영란은 "양성애자로 살면 어려움이나 그런건 있냐"고 물었고, 지애는 "전에 만났던 애인과 있었던 일인데 '그냥 레즈비언이라고 하면 안되냐. 남자한테 여지 주려고 양성애자라고 하냐'고 하더라. 저는 남녀 구분하지 않고 마음이 가고 사람이 좋으면 머리가 길든 짧든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는데 그렇게 말을 해버려서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러자 박미선은 "성소수자 사이에서도 좋게 얘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고, 지애는 "양성애자는 언제든지 남자랑 결혼할수 있는 애. 여자는 놀기만 하고 결혼은 남자랑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여자를 10년 만나다 남자랑 결혼하는 경우를 듣긴 했지만 저는 여자랑 같이 동거하면서 평생 살 생각도 있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박미선은 "오해도 많이 받을 것 같다. 성 소수자가 아닌 사람도 성소수자인 사람도 좋게 얘기 안하니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박쥐처럼 왔다갔다'한다 이렇게 생각할수 있으니까"라고 말했고, 지애는 "박쥐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동의했다.

이에 장영란은 "그때는 욱해서 밝혔다고 했지 않나. 지금 후회하지는 않나"라고 물었고, 지애는 "가끔 들긴 한다. 내가 만약 평범했다면 일과 관련된 부분에서 좀더 자유로웠을까. 아이돌 끝나고 양성애자라는 사실이 외국에서만 돌았을때 회사에서 좋은 제안이 들어와서 기획사를 다시 들어가볼까 싶었다. 솔로 하고싶었다. 마지막에 거의 잘되기 직전에 '우리는 크리스찬 마인드로 일하는 곳'이라고 하더라. 저를 모르고 '따뜻한 하나의 마음으로 하는 곳'이라는 의미인데 '내가 여기 들어가면 속이는거다' 싶더라. 그 얘기를 듣고 점점 잠수를 타서 회사랑 계약을 못했다. 혹시나 말하면 앞에서 너무 뭐라고 하실까봐"라고 말했다.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털어놓은 것 또한 '진격의 언니들'이 처음이라고. 박미선은 "여기 나와서 1부터 10까지 다 얘기하고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뭐냐"고 물었고, 지애는 "계속 양성애자라고 말은 하면서 일적으로는 쫄보가 된다. 유튜브에서 브이로그 올리는데 양성애와 관련해서 올리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데 '혹시나 내가 일하는 곳에서 보면 어떡하지?' 싶더라. 제가 보컬 트레이너 하면서 여러 일을 하고있다. 제가 보컬선생인데 '양성애자라도 괜찮냐'고 말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근데 자꾸 속이는 기분이 들더라. 그런 생각을 너무 많이해서 작아졌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호영은 "혹시 집에서는 반응이 어땠냐"고 물었고, 지애는 "'내가 남자를 잘 못만나는 이유를 찾았다. 내가 여자를 만난다'고 하니까 엄마는 '그래서 네가 남자를 못만났구나?' 이러고 마셨다. 되게 쿨하셨다. 저희가 4남매인데 여동생이나 언니랑 같이 더블데이트도 했다. 약간 문제가 있었던건 걸그룹이 끝나고 양성애자라고 말을 하고 나서 수입이 없어서 알바를 여러가지 했다. 그런데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언니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처음에는 남자친구 얘기하길래 '나도 만나는 사람 있다'고 했다. '니 남친은 뭐해?'라길래 여친인데 남친인척 둔갑해서 얘기했다. 근데 어느순간 친해질수록 속이는 기분이 들더라. 내 가족도 나를 이해했는데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할까 싶은 생각에 그냥 얘기했다. 사실 내가 여자를 만난다고"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랬더니 '네가 여자를 만난다고 이야기 하는것처럼 그건 아니라고 말할 권리가 있다. 나는 남녀가 만나는게 당연하고 나의세상에서는 절대 이해할수가 없다'고 얘기하더라. 제가 악플은 많이 받았지만 실제로 거부하는 이야기를 직접 듣는건 처음이라 그때 조금 '언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할수 있지? 나는 어렵게 말한건데' 싶었다. 그때는 제가 너무 당연하게 이해를 바란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그 일이 있고 나서 주변 친구들에게 이야기 할때 제가 더 피하게 된것 같다. 저도 모르게. 저는 종교에 대한 편견 없다. 그런데도 안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 언니가 그랬었고 그런분들을 더 조심하게 되는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를 들은 박미선은 "받아들이는 사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안고 가야할 숙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이해해줄순 없는거지 않나. 저도 이렇다 저렇다 말씀드리기 쉽지 않다. 나는 기성세대고 크리스찬이다. 미안하다. 내 눈빛이 이상했냐. 조심스럽게 보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상처를 줬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계시니까. 조금 더 단단해지셨으면 좋겠고 요즘 세상이 남자 여자로 나뉘어지지 않더라. 우리 같은 사람들은 헷갈린다. 헷갈리긴 하지만 김팀장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도 시간을 달라'는 얘기를 했던것 처럼 우리같은 사람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본인이 강하고 당당해져야한다"고 조언했다.

장영란 역시 "저는 보컬트레이닝 했을때 나는 이사람한테 노래 배우러 갔지 양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관심없다. 본인이 괜히 얘기하면 죄스럽고 속이는게 절대 아니라 생각한다. 그 마음을 내려놔라"라고 말했다. 김호영은 "내가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고 해서 당당하지 않은건 아니다. 무슨 거짓말이냐. '진격의 언니들 나온사람 아니에요?'라고 했을때 '아닌데요!'라고 하면 거짓말이지"라고 타박했다.

이어 박미선은 "이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나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속상하다는게 아니라 그사람 입장에서는 왜 나를 이해못하냐고 생각할수 있다. 서로 다른거다. 그냥 '그럼 안보면 되겠네요'라고 하면 된다. 굳이 그걸 가지고 마음에 담아둘 필요는 없다. 그 사람을 뭐라고 할수는 없으니까. 그것도 본인 취향이니까"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장영란은 "의외로 '괜찮아' 라고 하는사람 많을수도 있다"고 말했고, 김호영은 "관점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서 지애씨를 더 매력있게 볼수 있다"고 전했다. 박미선은 "주눅들겠지만, 이제 첫발 내디뎠으니 앞으로 쭉쭉 걸어가자"라고 독려했다.